티스토리 뷰

Columns

페미니즘, 교회를 떠나는 여성들

Scott's manager 2019. 1. 23. 15:17
반응형
SMALL

이전 교회에서부터 연락하고 지내는 교우가 한 분 계시다. 교회와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안고 있는 그가 하루는 이렇게 물었다. 남성 중심으로 쓰여진 성경과 설교에 거북함을 느껴 교회에 나오길 거부하고 있다는 대학생, 고등학생 딸을 둔 지인이 있단다. 상황이 이러한데 과연 기독교계는 <페미니즘> 관련 이슈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게토화 된 기성교회 안에 있으면서 숱하게 고민하던 것들이라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응답해 드렸다. 아래의 글은 그 내용이다.  

 




1.<성경은 남성중심으로 쓰여진게 맞습니다>

 

오해가 없도록 좀 더 보태면, 성경은 남성 필자들이 쓴 책입니다. 물론 성경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쓴 책입니다. 그러나 당시 성경을 쓴 필자의 삶을 둘러싼 사회문화적인 맥락들이 완벽하게 소거되어 기록된 건 아닙니다. 성경이 남성 필자들에 의해 쓰이면서, 2,000여년전 당시 가부장문화에서 비롯된 시각이 은연 중에 배어 있습니다. 은연 중에 배어 있다는 말은, 의도적이지 않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마땅했던 일이 많은 시간이 흘러 그렇지 않은 일로 평가받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이를테면, 성경에 쓰인 글자대로 지구는 움직이지 않고 해가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중세 교회는 지구를 대기권 바깥에서 본 일이 없으니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교회에서 그렇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지구가 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가르치지요. 성경이 쓰인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하고 적정한 해석을 곁들여 오늘날에 적용합니다.

 

 

2. <남성 중심 관점이 배어나는 설교는 설교자와 청중의 공동책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성경을 글자 그대로만 보게 되면 사실관계(팩트체크)에서 벗어나는 내용이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하고 적정한 해석을 곁들여야 하는데, <설교>가 그러한 일을 충분히 반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성 중심 관점이 배어나는 설교 때문에 부담을 느껴 교회를 떠나는 여성들이 생긴다는 건 그 과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는 설교자의 책임이 큽니다. <다음 세대><다른 세대>이기도 합니다. 천동설을 지지하는 중세시대 사람들과, 지동설을 지지하는 현대의 사람들이 다른 세대의 사람이듯.. 노예제가 마땅하다 여겼던 시대의 사람들과, 노예제는 반인권적인 행위라 생각하는 오늘날의 사람들을 다른 세대입니다. 이처럼 모든 세대에 걸친 온 인류를 복음 앞에 서게 하는 것이 전도자의 사명이라 여겨 각 세대에 맞게 복음을 적용하듯, 해석자의 몫을 자처하는 설교자는 이에 충분한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설교자 자신이 이전 세대의 문화와 가치에 깊게 물든 경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남성 목회자 다수는 가부장문화에서 그리 자유롭지 않습니다. 시대적 조류를 따라 여성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민감하길 기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지나온 역사와 문화에 길들어 그렇게 살아온 이를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도 성찰을 끊임없이 하는 어르신들이 소수이긴 해도, 분명히 계십니다. 그런 어르신들이 곁에 있으면 복이지요.

 

한편 동시대의 사안을 함께 겪어나가는 젊은 목회자들은 여성 인권의 문제와 성경 해석에 대한 이해도가 그래도 높은 편입니다. 다행이지요. 하지만 젊은 목회자들도 교회 내에서 본인의 소신대로 목소리를 내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담임 목사님이 여성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무딘데, 젊은 부교역자가 다른 목소리를 내긴 거의 불가능합니다.

 

거기다 교회의 재정과 조직을 떠받치고 있는 중년/노년층의 심기를 굳이 건드려 혼란을 야기하고 싶지 않아 설교에 자기검열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어찌 보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책을 내세운 게 도리어 교회를 폐쇄적으로 가두는 형국이 된 것이지요.

 

그래서 설교자에게는 시대를 반영하는 충실한 설교 준비의 노력이 필요하고, 청중에게는 조금 입에 쓰더라도 혹시 그동안 성경이 말하는 정신이나 가치를 잘못 배운 건 없는지 면밀히 살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3. <여성 인권과 기독교의 맥락을 성실히 다룬 기독교의 활동은 충분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회가 주목하는 페미니즘의 감수성을 기독교가 적절히 응답하는 활동들이 있느냐? 많습니다. 신학교 내에서 여성신학을 가르치기도 하고, 페미니즘을 주제로 기독교 학술대회를 갖고, 여러 기독교 단체에서 교회와 여성, 페미니즘에 관한 대중 강연도 참 많습니다. 그리고 강연뿐 아니라 출판물 및 온라인 콘텐츠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활동들이 일반 성도들에게는 전해지지 않느냐?

 

이유는 각기 개교회에서 교회 내의 안정을 위해 관련 활동들을 안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회 조직 안정성을 위해 필터링을 하는 것이지요. 보수성이 강한 교회의 경우는 담임 목사님이 관련 활동을 아예 거들떠 보지 않으니 안내가 안 되고, 건강한 고민을 안고 목회하는 젊은 목회자들도 개인의 학습을 위해 꾸준히 관련 활동과 내용들을 업데이트 해 식견을 넓히지만, 정작 강단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왜냐하면 굳이 강단에서 소신을 밝혔다가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청중에게 찍혀 담임목사님과 불편한 관계가 되어 교회에서 쫓겨나 생계를 이을 수 없는 파국에는 이르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요.

 

비단 여성 인권의 주제뿐만 아니라 교회 개혁(갱신)에 관한 건강한 활동들도 마찬가지인데, 성도들의 눈과 귀를 통제하는 개교회 담임목사들과 이에 동조하는 성도들에게는 마땅히 성찰이 요구됩니다. 이는 마치 언론의 왜곡 때문에 국민이 사회를 바로 보지 못하고 병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4.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

 

[유튜브]

 

백소영 교수,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으로 성경을 재해석하라>

https://youtu.be/WETYPZ88T6c

 

백소영 교수, <너의 의미, 기독교 페미니즘의 가능성: 살고 살리는 페미니즘>

https://youtu.be/RwPWLWYGEgw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https://youtu.be/6yxbScKOjtE

 

신학펀치, <여자는 왜 교회에서 잠잠해야 하나요?>

https://youtu.be/p0vBq4YxXAw

 

 

[기사]

 

양혜원, <페미니즘과 기독교는 어떻게 다른가>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1444

 

양혜원, <페미니즘과 종교페미니즘의 길>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1681

 

양혜원, <한국기독교 페미니스트가 이슬람 페미니즘 주목해야 하는 이유>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1903

 

양혜원, <유교와 불편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관계>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2092

 



 

반응형
LIST
반응형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