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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도서관>이라고 하면 단순히 <책만 빌려보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많이 줄었습니다.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대형서점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들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인데요. 도서 대출은 물론이고, 강연 및 참여 프로그램 활성화, 공간대여 등과 같이 어느덧 시민들이 드나들며 참여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학교 도서관>은 어떨까요? 형광등 불빛이 뿌옇게 번지는 오래된 서가, 칸칸이 나눠진 열람석. 어찌 보면 면학 분위기에 걸맞을지는 몰라도 기침 소리 한번 내기에도 눈치 보이던 공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학교 도서관들이 전격적인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이전보다 소통과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중랑구 관내에 이미 지난 2년간 12개 학교 도서관이 리모델링을 거쳐 재탄생했는데요. 이 중 <면동초등학교>, <중랑중학교>, <이화여자대학교병설미디어고등학교> 이렇게 세 군데 도서관을 탐방했습니다.

각 학교 도서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도서관이 어떻게 변했는지 듣고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았는데요. 코로나 상황 여파로 한데 모여 인터뷰를 진행할 순 없었지만 동일한 질문을 드린 후 그 응답을 정리하였습니다.

 

1.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면동초_김소영선생님) 네, 안녕하세요. 면동초등학교 교무혁신 부장 김소영입니다. 6학년 영어 교과를 맡고 있고, 지난해 꿈담도서관(꿈을 담은 도서관) 재구조화 사업에 참여하였습니다.

(중랑중_김수경선생님) 안녕하세요! 중랑중학교 사서교사 김수경이라고 합니다. 중랑중학교 도서관도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해 지난해 11월에 재개관했습니다.

(이화미디어고_추민영선생님) 안녕하세요! 이화여자대학교병설미디어고등학교 사서교사 추민영입니다. 반갑습니다.

 

2. 도서관 리모델링을 통해 공간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면동초_김소영선생님) 기존의 도서관이 어두운 내부 환경, 낡고 무거운 가구, 비좁은 독서 활동 공간 등의 이유로 리모델링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교실이 대부분 중앙인 본관과 서관에 있는데 기존의 도서관은 동관 2층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동관 건물은 낡아서 장기적으로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도서관만 새로 리모델링 하고 5년 후에 건물 전체를 다시 리모델링 하면 새 도서관도 함께 다시 허물어야 하는 손실이 발생해서 결국 모두에게 오픈된 넓은 공간인 중앙현관으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 공간은 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을 다양한 형태로 배치하고, 독서 활동과 연계하여 문화예술 활동 및 영상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계단식 무대 공간, 미로식 다락 공간, 소그룹 회의실 등으로 구성했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분홍, 연두, 하늘색의 밝은 색감으로 꾸몄는데요. 이전보다 환한 도서관이 되었습니다.

면동초등학교 도서관
면동초등학교 도서관
면동초등학교 도서관
면동초등학교 도서관
면동초등학교 도서관
면동초등학교 도서관
면동초등학교 도서관


(중랑중_김수경선생님)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의 주안점 중 하나는 역시 학생들의 접근성이었는데요. 원래는 도서관이 본관 건물이 아니라 구름다리 건너에 있는 체육관 옆 건물에 있었어요. 교실은 본관에 있는데 도서관이 다소 거리가 있었던 거죠. 공간 분위기도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중앙건물로 옮겨오게 된 거죠.

또 리모델링 과정에서 역점을 두었던 건 바로 공간의 용도였어요. 중학생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마냥 딱딱하지만은 않거든요. 학생들이 도서관 공간을 놀이공간으로 여겼으면 하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이곳저곳에 신발을 벗고 활동할 수 있는 매트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만화책 서가도 근처에 배치해 매트에 엎드려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느끼는 개방감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는데요. 도서 검색대로 활용하는 창가는 전면이 트여 있어서 자연채광 효과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창가 앞 화단은 조만간 중랑구 에코그린 사업으로 녹지조성을 좀 더 해보려고 하는데요. 화단이 더 풍성하게 꾸며지면 도서관 창가 경관이 더 멋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랑중학교 도서관
중랑중학교 도서관
중랑중학교 도서관
중랑중학교 도서관
중랑중학교 도서관
중랑중학교 도서관
중랑중학교 도서관


(이화미디어고_추민영선생님) 이화미디어고 도서관도 원래는 폐쇄형 열람실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책을 빌릴 마음이 있는 친구들만 도서관에 출입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도서관 리모델링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책에 접근하기 쉽도록 개방형 열람실로 공간을 재구성하는 데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일단 우리 도서관 공간이 넓진 않기 때문에 서가도 모두 벽면에 이중으로 설계해서 공간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확 바뀐 열람실에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테이블도 두고, 스탠드도 설치하고, 콘센트도 매립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학교는 특성화고등학교이다 보니 국제경영과, 영상과, 디자인과 이렇게 세부 전공이 있는데요. 각 전공 분야에 맞는 자격증 대비 도서들도 구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투인원 노트북, 전자책 리더기, 맥북 등을 비치해서 자료 검색 및 학습뿐만 아니라 디자인 과제 수행도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신간 도서, 만화책, 보드게임, 잡지도 비치했는데요. 다만 현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보드게임 사용은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화미디어고 도서관
이화미디어고 도서관
이화미디어고 도서관
이화미디어고 도서관
이화미디어고 도서관

 

3. 도서관 리모델링 후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면동초_김소영선생님) 일단 선생님들은 도서관 리모델링 과정에서 의견을 반영하고 실제로 구체화하면서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도서관이 변하는 게 참 신기하고 보기에도 예쁘다고 칭찬을 많이 하셨어요. 다른 학교로 전근 간 선생님들도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가셔서 많이 아쉬워하셨고요.

학생들은 새롭게 단장한 도서관에 가는 걸 매우 즐거워해요.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정해진 시간, 요일에만 대출이 가능하고 도서관이 멀어서 많이 이용하지 못했는데, 리모델링 한 도서관은 중앙 현관에 위치하고 있어서 등교하자마자 먼저 들려 책을 빌려 가는 가장 선호하는 장소가 되었어요.

면동초등학교 중앙현관에 위치한 도서관 전경


(중랑중_김수경선생님)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모두 예쁘게 바뀐 도서관을 보고 무척 좋아하죠. 우리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은 특히 교장 선생님께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셨는데요. 터널식 공간배치 아이디어도 그렇고, 서가에 꾸민 세계지도 인테리어 소품도 사실 교장 선생님하고 이전 사서 선생님께서 손수 제작하셨어요.

역시나 코로나 상황 때문에 마음껏 공간 활용을 하진 못하지만, 학생들도 새롭게 바뀐 도서관에서 재미있게 즐기고 있어요. 도서관 이곳저곳에 마련된 매트 공간에서 책도 보지만, 어떤 친구들은 그냥 맘 편하게 친구들이랑 뒹굴면서 장난도 치더라고요. 원래 그런 목적으로 만든 공간이니까 잘 됐죠.

손수 제작하신 세계지도 인테리어 소품


(이화미디어고_추민영선생님) 우선 학생들이 복도를 지나가다가 도서관 경관이 바뀐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들어오는 친구들이 꽤 많아졌어요. 그만큼 공간변화가 주는 효과가 컸는데요. 도서부 동아리 학생들이 아닌 친구들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참 좋습니다.

선생님들은 도서관 리모델링 진행 과정 때부터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셨는데요. 1974년부터 사용해 온 책장이었지만 상태도 양호해서 버리기엔 아까웠는데, 디자인과 선생님께 도움 요청을 드렸더니 목공과정을 거쳐 멋진 의자를 만들어주시기까지 하셨어요.

1974년부터 사용해 온 책장을 버리지 않고 재탄생시킨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의자>

 

4. 리모델링 한 도서관 공간을 바탕으로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이 있나요?


(면동초_김소영선생님) 도서관이 리모델링으로 인해 단순히 책만 읽는 도서관을 넘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따라서 독서캠프나 영어캠프, 마을결합중점학교, 달팽이마을학교 같은 프로그램 연계 활동을 진행하거나, 면동 스타킹 문화예술 발표회, 문화다양성 면동 축제 등과 같은 교내행사를 진행해 다채롭게 활용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도서관에서 학부모, 마을 주민 연계 책 놀이 연수를 통해 책 읽기 역량을 신장하고 마을 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의 선순환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또한 학부모회나 마을결합중점학교 운영 시 교육 장소로도 도서관 공간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중랑중_김수경선생님)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왕성한 활동을 하긴 어렵지만, 상황에 맞게 도서관 주관 월별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진행하는 4월 책의 날 행사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새로워지다 보니 학생들도 아이디어를 내어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각자 읽은 책을 추천하는 코너를 꾸며보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학부모님들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상황 여파로 지금은 도서관 출입이 용이하시진 않은데, 코로나 상황 전에는 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 모임이나 학부모님들 간의 모임이 활발했습니다. 감염병 상황에 좀 더 진전이 생기면 학부모님들의 도서관 공간 활용도 보다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화미디어고_추민영선생님)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매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월부터 매달 첫째 주에는 <도서관에서 놀자>라는 도서관 행사가 있는데요. 북 퀴즈를 풀면 사탕을 증정합니다. 물론 감상평 제출은 상시 가능합니다. 감상평 제출 시에는 간식 파우치를 증정하는데, 우수 감상평은 도서실 앞에 게시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무박이일 독서캠프>를 진행해 왔는데요. 원래는 영화감상, 명사특강, 소리극 공연, 음악회 관람, 독서퀴즈 등 다양한 활동을 1박 2일 동안 학교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활동을 대폭 축소했는데요. 직접 성우들이 목소리로만 연극하는 '소리극' 공연을 감상 후 독서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아울러 매년 <독서여행>을 가는데요. 마찬가지로 코로나 상황 여파로 대신에 <사람책 특강>이라는 것을 기획했습니다. 책에서는 접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음으로써 다양한 삶의 양식을 간접 체험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삶과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5. 도서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학교들이 중랑구에 많이 있습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아쉽게 반영하지 못했지만, 다른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에 반영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면동초_김소영선생님) 별로 없어 보여요. 저희는 리모델링 계획 단계에서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진행하였고, 그러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반영할 수 있었어요. 거의 연말 마감 시한까지 회의를 무척 많이 해서 과연 기한 내에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죠. 이 모든 과정을 승인해주신 교육청, 구청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리모델링을 할 때 너무 급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이해하며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공감대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에 쫓기다 보면 창의적인 생각들이 묻힐 수 있거든요.

(중랑중_김수경선생님) 사실 모든 구조 공사가 마찬가지일 텐데요. 공사를 마무리하고 나서야 보이는 사소한 흔적들이 있어요. 우리 학교 도서관의 경우 계단식 좌석을 아주 예쁘게 잘 꾸몄는데, 막상 공사를 마무리하고 앉아보니 다리가 아래 계단에 앉은 학생 등에 닿겠더라고요. 공간 자체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용자 관점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며 세밀한 동선이나 편의성을 고려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거 같습니다.

(이화미디어고_추민영선생님) 아무래도 구조 변경이나 기자재 변경 등을 세밀하게 논의하는 계획 단계가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얼마만큼 다채롭게 논의하고 수렴하는지에 따라 학교마다 도서관 특성이 달라지니까요. 실제로 도서관에서 학생들과 마주하는 실무진 선생님들부터 여러 담당 선생님들 그리고 시공사, 지자체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상호간에 긴밀히 소통하며 논의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예전엔 그랬습니다. 교실마다 책걸상이 분단별로 열을 지어 있고, 아이들이 하나씩 자리를 꿰차고 들어앉아 앞만 보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서로 마주 보는 환경으로 바뀌고 일방향적인 배움이 아니라 소통하는 배움, 주고받는 배움의 가치를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인듯합니다. 서가에서 도통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열 지어 서 있던 책들이 주인 노릇 하던 도서관이 하나둘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끊임없이 오가고 매만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간, 조금은 시끌벅적해도 서로의 앎을 나누는 풍요로운 터전, 그런 모습들로 도서관이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하신 면동초등학교 김소영선생님, 중랑중학교 김수경선생님, 이화미디어고등학교 추민영선생님께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무쪼록 배움의 터전을 오가는 모든 이에게 풍성한 앎의 유익이 있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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