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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에서 나고 자랐다. 성인이 되고서는 이곳저곳에서 지내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나에겐 익숙한 동네지만 아내에겐 낯선 동네. 허나 익숙하다고 해서 마을의 지나온 풍상을 다 알 수는 없는 법.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세월을 맞은 곳도 많았으나 새로이 바뀐 곳도 많았다. 아내의 눈에 비친 낯선 풍경 중 일부는 내 기억과 달리 변화한 풍경이었다.

서 있는 곳이 바뀌면 보이는 풍경도 바뀐다고 했던가?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자의 눈으로 자연스레 옮아갔다. 그래서일까? 마을의 새로운 변화 가운데 아이와 관련한 일들이 하나 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라떼 같은 이야기지만 장난감은 사거나 선물로 받아야 손에 쥐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장난감 대여 센터>에서 빌려 쓰기도 한다. 그뿐인가? 어릴 적 친구 따라 오르던 야산들은 이제 <숲 놀이터>로 바뀌었다.

한편 시대가 변하면서 전에 없던 문화적 코드가 생겨나기도 한다. 육아 환경도 마찬가지다.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키즈카페에서 놀아 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키즈카페가 생겨난 건 아이들 대신 자동차가 골목을 차지하고 난 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저녁밥 짓는 냄새가 골목을 누비면 좀 더 놀겠다고 떼를 부리던 아이들 소리는 더 이상 골목에서 들리지 않는다. 건물 사이사이 골목이 아니라 건물 안으로 아이들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 나도 아이 손을 붙잡고 키즈카페에 가는 부모가 되려니 생각했다.

허나 비용을 지불하고 장난감을 사 모으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키즈카페에 꼭 가지 않아도 놀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바로 <공동육아방>이다. 처음 방문한 때가 2017년 즈음인데, 첫째 아이가 이제 막 돌을 지날 때였다. 참고로 지역사업 일환으로 가꾼 <공동육아방>은 거창한 의미의 공동육아 실천 공간이라기보다는 키즈카페처럼 놀이 환경이 잘 꾸며진 무료 공유 공간이다. 당시 4개 정도의 공동육아방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료를 뒤적여보니 <아이틔움>, <면목>, <중화>, <아이사랑> 지점인 듯한데 아내와 각 지점을 돌며 아이와 놀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제는 둘째가 당시 첫째 아이만큼 자라 두 아이와 함께 공동육아방에 간다. 그사이 공동육아방도 시설을 확충해 12개 지점으로 늘어났다.

 

1. 공동육아방 공간 구성


아래 사진들은 현재 운영 중인 각 공동육아방의 시설 전경이다. 이익 창출을 위해 공간 구성에 밀도 있게 투자한 키즈카페나 체험 놀이터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이 정도면 비용 부담 없이 편안하게 아이와 즐길만한 공간이지 않나 생각한다.

 

 

2. 주기적인 놀잇감 전환


공동육아방 12개 지점은 정기적으로 지점 간에 놀잇감을 교환하여 재배치한다. 아이들이 익숙한 놀잇감에 애착을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 흥미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인데, 놀잇감을 주기적으로 전환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 아이가 공동육아방에 즐겨 가는 이유 중 하나도 마찬가지다. 늘 집에서 갖고 놀던 놀잇감과는 다른 놀잇감이 거기엔 있기 때문이다. 무려 12개 지점이다 보니 놀잇감을 교환하여 주제별로 구성하기에도 수월하다. 역할놀이, 음악놀이, 신체놀이, 민속놀이 등 주제에 맞게 놀잇감을 재배치하여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공동육아방 월별 공간배치 안내 링크]

https://www.jccic.or.kr/2018/sub42.php?sc=b 

 

서울 중랑구 육아종합지원센터

 

www.jccic.or.kr

 

 

3. 특성을 살려 운영하는 공동육아방들


12개 공동육아방이 각기 다른 공간 구성과 놀잇감 활용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특성을 살려 운영하는 공동육아방들도 있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공동육아방들이 특성화 운영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도란도란> 지점은 레고 블록 놀이를 특성화 운영의 일환으로 하고 있고, <아이신나> 지점은 대형 트렘폴린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연하자면 <도란도란> 지점의 경우 담당 선생님이 레고 블록 놀이를 해보겠냐고 권하시는데, 이에 응하면 모델별로 수납한 레고 블록 상자를 설명서와 함께 가져다주신다. 우리 첫째도 몇 번 해봤는데 <신데렐라 호박 마차>도 만들어보고, <라푼젤의 성>도 만들어보았다. 블록 놀이에 자신 있는 아이들은 여기서 모델별로 도전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나 싶다.

<아이신나> 지점에 대형 트렘폴린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이틔움>이 있는 망우본동복합청사 3층의 대형 트렘폴린 장에서 즐겨 놀았다. 하지만 미끄럼틀과 트렘폴린 대형 놀이시설 외에 작은 놀잇감이 없어 다소 아쉽긴 했다. 그런데 <아이신나>에는 대형 트렘폴린과 더불어 기존 공동육아방처럼 여러 놀잇감을 배치하고 있어 활동 전환이 용이했다.

 

 

4. 다양한 참여 활동


공동육아방에서 다양한 놀잇감을 갖고 논다고 해서 아이를 돌보는 수고가 덜어지는 건 아니다. 거기다 아이가 놀잇감에 언제나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럴 때는 참 난감하다. 중랑구 공동육아방은 <놀이토리 선생님>이 계셔서 각 지점을 돌며 활동 수업을 진행하시는데, 이렇게 활동에 참여하면서 도움을 얻을 때도 많다. 주로 동화, 미술, 신체 활동 등으로 꾸며주신다.

아울러 육아종합지원센터 주관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진행하기도 하는데, 해피플레이, 베이비위스퍼, 유리드믹스, 키즈쿡요리쿡, 클로버 유아체험, 브레인싸인 등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체험 활동들로 진행한다. 물론 우리 아이도 몇 강좌 참여한 적이 있다. 대체로 <아이틔움>이 있는 망우본동복합청사 유아 강의실에서 열리는 강좌들이었기에 참여 활동 후에는 연이어 공동육아방에서 시간을 보낸 적도 많았다.

 

5. 양육자를 위한 공유 공간


한편 순전히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공동육아방 환경이 구성된 건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온 양육자들을 위한 접점도 있다. 공동육아방 서가에는 아이들 동화책만 있는 게 아니라 양육자를 위한 도서도 있다. 수시로 요구사항을 말하는 아이들이 오가는 속에서 자리 잡고 정독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평소 고민하던 육아 관련 소재들을 찾아 해당 정보의 경로를 알아두기에는 충분하다. 아내도 여기서 책을 들추다 생활 놀잇감 만들기 관련 정보를 얻어 집에서 응용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놀이토리 선생님>처럼 <보육반장 선생님>들이 각 지점을 돌며 활동하시는데, 지역사회 육아 인프라 정보를 알려주시고 도움을 주신다. 육아를 갓 시작한 양육자나, 지역에 새로 전입해서 아직 마을 기반시설이 눈에 설은 이들에겐 유용한 도움의 손이라 할 수 있겠다.

 

6. 남의 아이도 같이 봐야 해서 공동육아방?


지역 맘카페를 통해 종종 공동육아방에 대한 소식이 올라가서 이제는 거의 오해하는 일이 없지만, 여전히 공동육아방이라는 명칭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공동육아방이니까 남의 아이도 같이 돌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품앗이하는 수고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분들이야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부담일랑은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게 이용해 본 입장에서 드리는 답이다. 그냥 키즈카페처럼 생각하면 된다. 아이들 간에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중재하고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찰하는 정도다.

물론 지인과 아이의 친구들이 한데 모여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말 그대로 공동육아방이니까. 키즈카페에 가서 어른들 숫자대로 음료 시키고 이용료 지출하는 게 고민이라면 간혹 이렇게 공동육아방에 모여서 함께 노는 것도 한 방편이다.

 

7. 코로나 상황 속 공동육아방은?


코로나 상황 발생 후 한동안 공동육아방에도 폐쇄 조치가 내려졌던 걸로 알고 있다. 대신 육아종합지원센터 주관으로 놀이 키트 배부 활동이 꾸준히 있었다. 신청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를 부여잡고 클릭했던 기억이 있는데, 덕분에 우리 집도 두어 번 놀이 키트를 받아 아이와 함께 활동했다.

이후 폐쇄조치가 완화되어 운영을 재개하면서부터는 5인 이하로만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이용 시간 전후로 소독 작업을 해서 방역을 철저히 했다. 만일 코로나 여파로 인파가 북적이는 환경에 노출되는 게 꺼려지는 부모들이라면 놀잇감도 구비하고 있는 공동육아방이 도리어 유용한 활동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실제로 우리 아이들도 인파가 많은 곳보다는 한적한 곳을 찾아 데리고 다니곤 했는데, 최근 소그룹으로 운영하는 공동육아방에서 시간을 보낸 일이 종종 있었다.

 

8. 에필로그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내와 마음 합해 육아에 신경 쓰면 그만이라 생각했지, 지역사회 덕을 볼 일이 뭐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이를테면 다달이 들어오는 아동수당조차 육아의 수고를 비용으로 마땅히 돌려받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시대가 변하니 지역사회 덕을 보기도 한다. 생활 곳곳에 라벨처럼 따라붙는 비용 청구서는 육아 환경에도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오죽하면 육아템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공유 개념으로 지역사회에 적용을 하니 우리 같은 애들 엄마 아빠도 덕을 좀 본다. 공동육아방도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됐다.

결혼 후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어릴 적 풍경을 회상하던 나처럼 우리 아이들은 커서 어떤 풍경으로 지금의 시간을 기억할까? 골목을 누비며 딱지치기, 팽이치기에 열을 올리던 나의 어린 시절과 굳이 같을 필요는 없지만, 무채색 콘크리트 건물, 미세먼지, 코로나 바이러스만 기억으로 새기기엔 하이얀 도화지 같은 아이의 시간이 너무도 아깝다. 바라기는 아이 마음에 옹기종기 들어앉아 나름의 색들을 뽐내는 빛나는 기억들이 있으면 좋겠다. 덧붙여 <참, 따뜻했다!>라고 되뇌일 만한 사람들도 아이 마음속 한켠에 있으면 좋겠다.

 


 

[공동육아방 이용 안내 링크] 

https://www.jccic.or.kr/2018/sub52.php

 

서울 중랑구 육아종합지원센터

 

www.jccic.or.kr

 

[공동육아방 신청/예약 사이트 링크] 

https://www.jungnang.go.kr/portal/main/contents.do?menuNo=201065

 

 

[공동육아방 지점별 소개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4N-kEpO1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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