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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된 이론의 풍요함>과 

<성취된 실천의 충만함> 앞에서,

어떤 근본적인 의심을 가졌을 때의 

어색함서투름’..



그것은 경험의 심한 동요나 역사 감각의 단절이 존재하는, 문자 그대로 <위기의 순간>이다. 또한 그것은 확실하고 유용하다고 여겨지던 그 수많은 것들로부터 우리들을 벗어나도록 만든다..우리들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개념이 갑자기 개념이라기보다 문제로, 그것도 단순한 분석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역사적인 운동의 문제로 여겨지게 될 때, 그것들의 흔하디 흔한 설명이나 반복되는 충돌음을 듣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것들의 형태가 주조되어온 본질을 찾아내는 것밖에 없다.

 

- Raymond Willams(1977), <마르크스주의와 문학>

 



Raymond Willams<문화>의 개념을 되짚으며 일갈한 내용이다. 허나 문화라는 개념만 그럴까? 무언가 맞다고 그게 중요하다고 여겨 힘을 쏟으면 어쨌든 결과는 나온다. 위의 말대로 <발전된 이론의 풍요함>일 수도 있고, <성취된 실천의 충만함>일 수도 있다. 헌데 그 결과들 앞에서 근본적인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 참 걷잡을 수가 없다. 좋은 말로 성찰이지만, 그야말로 멘탈 붕괴 아닌가?


 



새해다. 일각에선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라고 진작부터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여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 친일 행각에 대한 척결은 제자리걸음이고, 군부 독재 시절 수뇌 인사는 스스로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칭함에도 떵떵거리고 잘산다. 하여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100주년의 해지만, 기념할 것보다 성찰하며 고쳐 나갈 것이 무언지 되묻는 자리들이 많다. 물론 이마저도 Williams의 말대로 흔하디 흔한 설명이나 반복되는 충돌음을 듣는 것으로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 눈에 보이는 성과들이 바로 바로 얻어져서 여기까지 왔던가? 서슬퍼런 식민 치하에 드러내 놓고 목청껏 만세를 부르던 일이나, 이역만리 타국 땅에 조국의 정부랍시고 뜨거운 마음 모으던 일이나 뭐 하나 바로 바로 얻는 바가 생겼던 건 아니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탁상에 앉아 혹은 광장에 나가 만겁의 역사를 훑는 일도 여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역사를 곱씹는 일이나 말과 글로 내뱉는 일은 그다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사회적인 풍토가 바뀌는 일은 큰 인내를 요구한다. 100년도 짧다. 100년이면 한 사람의 일생이 그득하게 들어차고, 여러 세대가 지날 시간이지만, 거대한 역사의 물결 앞에 100년은 한 걸음에 불과하다.

 

 

그러니 우직하게 가면 된다. 뭘 그렇게 지난 일을 자꾸 꺼내 보며 성찰할 일이 많냐고 다그치는 사람들에 휘둘릴 필요 없다. 그저 100년도 한 걸음이니, 멀리 가려고 매무새 좀 가다듬고 잠시 추슬렀을 뿐이라고 하면 된다. 그렇게 가면 된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 위원회)

https://www.together100.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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