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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세요?" 나이를 묻는다. 물음 하나로 내 몸뚱이가 이 땅에 시작된 시간을 측정한다. 축적된 시간은 보통 권위의 표시로 본다. 위계질서에 익숙한 <인간> 언어로는 그렇다. 질문에 응답함과 동시에 사회문화적인 질서를 반영해 적당한 곳에 배치된다. 

 

 

같은 질문을 <기계>가 묻는다. 각종 전자기기가 웹사이트 개인정보 기입란을 면전에 띄워 놓고 인간들의 문자로 번역해 묻는다. 상업적인 용도로 혹은 설문 연구의 용도로 각기 쓰임새를 달리해 수집한다. 시간을 무게로 달아 분류하지 않고, 쓸모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위계사회>에서 <소비사회>로 변하면서, 이처럼 나이를 묻고 답하는 주체들의 맥락이 변했다. 인간이 묻던 질문을 기계가 대신 묻는다. 물음에 반응하는 맥락도 변했다. 나이를 묻는 상대방 눈에 어리는 힘의 정도를 가늠하는 대신, 여백을 채우도록 강박을 자아내는 디지털 화면에 응대할지 말지의 문제로 바뀌었다. 

기껏 나이라는 숫자 하나 묻는 물음의 껍데기는 변한 게 없는데, 우릴 둘러싼 맥락이 바뀌면서 의미들이 들고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안에 들어 차서 유효한 의미가 있다면 그건, 단지 나이라는 숫자 자체가 궁금해서 물음을 건네지는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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