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2/25(월), 한유총의 가 광화문에서 있었다. 경찰 추산 1만 1천여 명, 자체 추산 3만여 명이 운집해 에듀파인 시행을 놓고 목소리를 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광장은 누구나의 것이니까. 또 누구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게 민주사회이기도 하고... 그러니 저렇게 시커멓게 드레스코드까지 맞춰서 모인 그 자체를 가지고 뭐라 할 순 없다. 다만 이들이 모여서 쏟아 놓은 말이 문제인데, 바로 색깔론이다. 좌파가 유아교육 사망선고를 했단다. 에듀파인 하기 싫으면, 왜 하기 싫은지 이유를 대야지. 뜬금포 ‘빨갱이가 문제야!’ 라는 식이다. 그런데 그 근거 없음 자체가 현재 저들의 상황이기도 하다. 목적으로 에듀파인을 하자는 건데, 그걸 하기 싫은 이유를 댈 수가 없는 거다. 그럼 화끈하게 에듀파인 ..
컨설턴트, 자문위원, 네트워크 허브, 그리고 그 밖에 현란한 수식어들. 모두 다 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내세우는 이름표들이다. 물론 저급한 양키 말로 지칭하는 브로커도 빼놓을 수 없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야 한껏 어깨에 뽕을 집어넣고 으스대며 자신의 네트워크 규모와 전문성을 훈장 삼아 명함을 들이밀겠지만, 글쎄다! 마음 같아서는 이라는 정도로 정의해 두고 싶다. 어디선가 돌 던지는 소리가 들린다만 어쩔 수 없다. 나조차도 한때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 컨설팅 사업을 대대적으로 해보고 싶던 때가 있었다. 심지어 라는 대답이 튀어나올 정도로 미개척 분야라고 생각했으니, 나름대로 단꿈에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물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을 통해 이득을 취하고 또 의뢰자는 좋은 도움을 받기도 ..
[부제] 타인이 희귀한 시대, 명절 연휴란 무엇인가 설 연휴가 시작됐다. 2019년은 연휴가 제법 긴 편이다. 덕분에 일가친척 면면이 돌아보고도 한숨 돌릴 짬이 있다. 아무리 가족이고, 오래 알고 지내온 친척일지라도 사람을 만나는 건 중노동이다. 미투 운동에 힘입어 가부장 문화 짙은 이 땅에도 다소 균열이 생겼지만, 여전히 '시-자 들어가는 집에 드나드는 건 골치 아픈 일이고, 시대착오적인 '꼰대'들의 잔소리를 감내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 연휴가 마냥 즐겁지는 않다. 그래도 어른들이 하는 말처럼, 옛날이 좋았다. 왜냐면, 옛날엔 명절 때나 돼 한번 얼굴 보지 평상시엔 서로 소식 나눌 일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가? 한 예로, 며느리들이 소셜미디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한두 ..
[부제] 법과 폭력이 한 끗 차이일 때 "법 앞에 문지기 한 사람이 서 있다. 시골서 온 한 남자가 문지기에게 다가와서 법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문지기는 지금은 입장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카프카, <법 앞에서> 中)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 (마태복음 23장 13절) - 열린 문, 그러나 지날 수 없는 문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다만 그 앞에 버티고 선 힘이 있을 뿐이다.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소설 <법 앞에서>에 등장하는 문지기나, 예수께서 지적하신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교단 ..
2019년 들어서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다. 문화이론이야 탐독하던 서적들이 있어서 주워 들은 게 많지만, 특정 시대의 문화를 촘촘하게 들여다본 적은 별로 없다. 덕분에 나름의 기대가 있다. 그 동안 관심 갖지 못했던 영역을 다루는 경험 자체가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세미나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시대는 식민지 근대(19세기 말~광복 전후)다. 2019년이 의 해인 걸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식민지 근대를 다루는 텍스트를 읽으면서,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는 세력들의 면면을 살필 수 있어서 좋다. 지난 2주차 때는 , 즉 우경 세력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영향 가운데 형성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단초들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이는 우경화 된 기독교 세력들이 라는 정체성을 ..
블랙리스트. 표현의 자유가 권력 앞에 어떻게 짓밟히는지 지난 정권을 통해 국민들은 함께 깨달았다. 그런데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사전검열, 전자기기 회수, 징계 엄포는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졸업사진은 학교 홍보물이 아니다. 엄연히 학생들 소유다. 촬영 비용도 졸업앨범비 명목으로 학생들이 지불한다. 지난겨울 광장에서 학생들은 함께 촛불을 들었던 동등한 시민이었다. 그러나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여전히 통제의 대상이다. 물론 통제를 비집고 졸업사진이 유포되고 있다. 학생들은 안다. 통제를 비집고 나오기만 하면 얼마나 큰 광장이 있는지 이미 안다. 광화문까지 가지 않아도 네트워크화 된 온라인 광장이 자기들 손끝에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안다. 교사들도 모를 리 없다. 어찌 보면 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함부..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분명 진리에 다가서는 한 방편이 된다. 교회에서 그리고 신앙인들 사이에서 성경 읽기는 권면해 마지않는 일이 되었다. 심지어 성경 통독 운동, 일 년 일독 프로그램 등이 장려되었다. 이러한 장려 프로그램 덕분에 조금이나마 성경과 친숙해진 신앙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성경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다수의 신앙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경 읽기는 왜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일까? 단순히 의지의 문제일까? 쉼 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스케줄이 내리 누르는 압박 때문일까? 성경 속 역사와 문화가 우리의 것과 다르기 때문일까? 물론 이에 대해 거론하는 여러 근거들이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는 성경이 지니는 매체성과 관련하여 매체 철학적 접근을 해 보고자 한다. 성경은 기록된..
겨울방학이 끝나 간다. 청소년 캠프 일정도 끝물이다. 청소년부 교역자나 교사들은 큰 행사 하나 지났다고 하며 한숨 돌린다. 아이들은 캠프 때 받은 은혜로 심기일전 중이다. 허나 아이들은 대체로 신앙이 아니라 학업의 현장에서 마음과 자세를 다잡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은 이틀 내지 사흘 동안 비전과 학업에 대한 결단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자리에 내던져진다. 비전이 명확하지 않은 아이들은 아직 출발선에 서지 못한 것만 같은 불안 속에 자리하고, 레이스를 시작한 아이들은 게으른 자신을 질책하거나 격한 담금질 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 물론 캠프를 주관하는 기관이나 담당 교역자는 이 레이스가 세속적인 레이스와 같지 않다고 선포한다. 국내 교육 현실을 개탄하고 입시 위주 상황에 내몰린 아이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