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바네겜의 책을 읽는다. 프랑스 68혁명 당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이다. 가슴에 꽂히고도 남는 격언과도 같은 문장들이 일품이다. 일례로 와의 인터뷰에서 ‘노동’과 ‘인간’의 관계를 꼬집은 그의 언급은 그만의 통찰을 잘 보여준다. - 노동의 필요성은 인간을 가축의 지위로 떨어뜨린다. 문장 하나로 그로테스크한 현실 인식을 뇌리에 새긴다. 그런데 그가 꼬집어 말하는 60년대나 지금이나 마주하는 일상의 부조리는 여전하다. 특히 책 전반부에서 다루고 있는 일상 속 에 대해 분석한 내용은 비틀어진 인간관계와 사회구조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사람들과 거리 두고 살라 종용하는 그 끝에 단절이 있다는 걸 감춘 채 처세술을 가르치는 책들, 집단이나 사회를 보는 눈을 가리고 오로지 각자 스스로 닦달하다 보면 지금보다는..
이번 설 연휴 길어서 좋네요! 덕분에 아내랑 딸이랑, 맘 먹고 나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활동은 좀 그렇고, 어딜갈까 찾는데, 미술관 박물관은 거의 다 월요일엔 휴무ㅠ 그렇게 한참을 서칭하다가 찾은 곳이 바로! 얼마 전(1/27)에 오픈한 완전 신상 플레이스!! 제 취향이 꼭 새거 좋아하는 뭐 그런건 아니지만, 찾다 보니 복합 문화 공간이고, 예쁜 서점도 있고 해서 바로 달려왔습니다. 두둥~!! 디자인이 멋지네요! 근데 주차비는 조금 있어요ㅠ (1시간 3,000원) 다소 주차비가 부담되시면, 인근에 주차는 알아서~ 의 연방은 미국 연방 어쩌구 할 때 그 연방 같아 보여요. 복합문화공간의 쓰임새에 따라 연방이란 말로 골라 쓴듯^^ 공간 구조는 'ㄷ'자 모양인데, 가운데는 개방형이고 바깥으로 둘러싼 3층..
답답한 마음이 도통 가시지 않을 때, 나는 서점에 간다. 먼저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서 요즘은 무슨 책들이 자본의 부양을 받아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나 둘러본다. 여전히 자본의 증식과 자기계발, 인간관계 조언에 해당하는 책들이 대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역시나 별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 자연스럽게 서점 귀퉁이에 있는 철학, 사회학, 문화사 코너로 발길을 돌린다. 그러다 정말 속이 꽉 막힌 날엔 만지작거리다 내려놓길 반복하는 책 한 권을 들고 계산대로 간다. “삐~익!” 바코드를 찍어 결제하는 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체증이 조금이나마 내려가는 걸 느낀다. 평소 필요한 책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면서, 이런 날은 꼭 제값을 다 주고 책을 손에 쥐고 돌아온다. 흔히 말하는 이다. 엿같은 기분..
[부제] 타인이 희귀한 시대, 명절 연휴란 무엇인가 설 연휴가 시작됐다. 2019년은 연휴가 제법 긴 편이다. 덕분에 일가친척 면면이 돌아보고도 한숨 돌릴 짬이 있다. 아무리 가족이고, 오래 알고 지내온 친척일지라도 사람을 만나는 건 중노동이다. 미투 운동에 힘입어 가부장 문화 짙은 이 땅에도 다소 균열이 생겼지만, 여전히 '시-자 들어가는 집에 드나드는 건 골치 아픈 일이고, 시대착오적인 '꼰대'들의 잔소리를 감내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 연휴가 마냥 즐겁지는 않다. 그래도 어른들이 하는 말처럼, 옛날이 좋았다. 왜냐면, 옛날엔 명절 때나 돼 한번 얼굴 보지 평상시엔 서로 소식 나눌 일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가? 한 예로, 며느리들이 소셜미디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한두 ..
규율의 권력화를 다룰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제 하에 학교 교육이 제도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제국적 통치와 접합되는 일면이 있다. 이제는 대중 사이에도 널리 알려진 국민의례, 조회 등에 깃든 통치술의 메커니즘은 여러 연구 분야에서 사례로 누차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일제 치하 당시 교육 정책의 변화를 자료로 직접 접할 기회는 없었는데, 최근 읽은 자료에서 관련 대목을 발견하여, 이곳에 담아둔다. “일제 식민 지배하에서도 초등교육은 양적이고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식민권력은 1919년부터 를 실시했고, 1930년대에는 세 차례에 걸쳐 초등교육 확대정책을 실시한다. 1929년부터 1936년까지 초등교육 확대를 위한 (제1차계획..
[부제] 법과 폭력이 한 끗 차이일 때 "법 앞에 문지기 한 사람이 서 있다. 시골서 온 한 남자가 문지기에게 다가와서 법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문지기는 지금은 입장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카프카, <법 앞에서> 中)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 (마태복음 23장 13절) - 열린 문, 그러나 지날 수 없는 문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다만 그 앞에 버티고 선 힘이 있을 뿐이다.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소설 <법 앞에서>에 등장하는 문지기나, 예수께서 지적하신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교단 ..
2019년 들어서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다. 문화이론이야 탐독하던 서적들이 있어서 주워 들은 게 많지만, 특정 시대의 문화를 촘촘하게 들여다본 적은 별로 없다. 덕분에 나름의 기대가 있다. 그 동안 관심 갖지 못했던 영역을 다루는 경험 자체가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세미나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시대는 식민지 근대(19세기 말~광복 전후)다. 2019년이 의 해인 걸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식민지 근대를 다루는 텍스트를 읽으면서,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는 세력들의 면면을 살필 수 있어서 좋다. 지난 2주차 때는 , 즉 우경 세력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영향 가운데 형성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단초들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이는 우경화 된 기독교 세력들이 라는 정체성을 ..
블랙리스트. 표현의 자유가 권력 앞에 어떻게 짓밟히는지 지난 정권을 통해 국민들은 함께 깨달았다. 그런데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사전검열, 전자기기 회수, 징계 엄포는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졸업사진은 학교 홍보물이 아니다. 엄연히 학생들 소유다. 촬영 비용도 졸업앨범비 명목으로 학생들이 지불한다. 지난겨울 광장에서 학생들은 함께 촛불을 들었던 동등한 시민이었다. 그러나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여전히 통제의 대상이다. 물론 통제를 비집고 졸업사진이 유포되고 있다. 학생들은 안다. 통제를 비집고 나오기만 하면 얼마나 큰 광장이 있는지 이미 안다. 광화문까지 가지 않아도 네트워크화 된 온라인 광장이 자기들 손끝에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안다. 교사들도 모를 리 없다. 어찌 보면 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함부..